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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a 광주시립미술관 Gwangju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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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

산수

작품명
산수
작가명
김대원(지암)
제작년도
1995
재료
한지에 수묵담채
크기
68.5×135.5
작가설명
김대원 기간: 1997. 4. 22 ∼ 4. 30 장소: 광주 신세계 갤러리 화려한 깃털을 세우고 현란한 몸짓을 하며 구애를 하는 수탉들은 저마다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예술이라는 닭장 안에 공허하게 울릴 땐 화려한 깃털도 현란한 몸짓 도 다 쓰잘데기 없는 허세일 따름이다. 단기(單騎)로 또는 무리지어 울타리 안에 존재하 려 할 땐 이미 스스로 뒤집어 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예술은 결코 군림해서도 속박되어서도 안된다. 공허하게 군림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속박 속에서 인간이 만들 어 낸 가장 위대한 사기(詐欺)이기 때문이다. 그 사기극을 연출할 때 목소리나 치장이 요란하면 의심받기 쉽다. 참 사기꾼은 정말 진솔 하고 순수하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부류의 사기꾼들이 주류와 비주류, 정파와 사파, 중앙 과 남도로 분류 되어졌다. 마치 무협지를 읽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기꾼은 결국 사기꾼일 뿐이지 어떤 사기꾼이 옳고 어떤 사기꾼이 그르다 할 수 있을까? 어떤 무리는 의적이고 어떤 무리는 좀도둑이란 말인가. 작은 울타리, 그것도 앞뒤 좌우를 온갖 요란한 협회 간판으로 꽉 막아버린, 닭장 속에서 밥그룻 훔치기 하기보다는 간판을 걷어내고 시야를 넓혀야 한다.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자신을 지칭하여 \"이유 있 는 사기꾼\"이라고 한 말을 우리는 곱씹어 보아야 한다. 이녘 남도에 화려하지도 현란하지도 않은 순수한 사기꾼이 있다. 그의 깃털은 다소곳하 고 부드럽다.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속삭인다. 결코 호들갑스럽지도 크지도 않다. 매우 우쭐대는 이들은 그를 촌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촌닭임을 자인하고 또 그 말을 즐 긴다. 스스로 남도인임을 몹시 자랑스러워한다. 김대원. 그는 참다운 예술인이며 진정한 사기꾼이다. 그는 결코 스스로에게 조차도 아부 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다. 그의 화력이나 화단의 자리 매김은 이미 큰소리 내기를 즐겨야 할 때다. 그러나 그의 작품 은 언제나 진지하고 순수하다. 그의 화두(話頭)는 늘 산수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진경산수 속에 묻혀 산은 산이 되 고 물은 물이 될 만큼 주무르고 터트렸다. 붓끝은 桃花流水, 화폭은 別有天地였다. 그러 나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극명한 먹색도 엷은 수묵도 그가 얻고 싶은 한소식은 아니었 다. 그가 깨닫고 싶은 한소식은 어디 어디 풍(風)이라는 진단서를 뜨거운 의지로 불태워 버리는 것이었다. 30여 년의 붓놀림은 신들린 듯 화선지를 적셔 놓았지만 열린 시야만큼의 필요한 거리는 좁히지 못했다. 그의 의지는 차츰 무절제해져 갔고 산과 물이 형태를 잃어버리기 시작했 다. 흐르는 물도 솟아오른 산도 그의 무절제함에는 속수무책일 뿐 그를 다스릴 수는 없었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 가장 조심스럽고 첨예한 단계인 내면세계의 표출로 치닫게 된다. 내 면세계를 형상화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공에 손가락 찌르기와 같다. 담백하고 자유로운 색감과 무너져버린 형태가 어우러지며 그의 화면은 자연스럽게 이원 화되었다. 한덩이의 넓은 평면에 극에 달한 무절제의 끝을 완전한 이성의 회복으로 점철시켜 나갔 다. 그러나 순수한 이성과 흔돈 속의 무절제는 쉽게 타협되지 않았고 오랜시간 동안이나 침묵 과 방황으로 치달으며 횐 평면을 그대로 비우며 점철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신 받고 능력 에 대한 절대적 부가가치를 인정받고자 했던 치기에 대한 회의와 성찰을 통해 비이성적 독단이 낳은 아류에 저항하고 강압적으로 이해시키고 합리화하려는 제한된 지배를 거부 하며 평면 속에서 튀어 나왔다. 그는 이제 자유롭고 편안하다. 자유인 김대원. 그는 참으로 용감하다. 수십년 동안 몸에 배어있는 습(習)을 떨치기란 결 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는 매일 새롭게 용감할지도 모른다. 이미 시작된 자유는 거침없는 무절제와 그 맥을 같이한다. 무절제 속의 질서, 혼돈 속의 절제는 더욱 아름답 게 느끼기에 충분한 요소를 이미 지니고 있다. 자칫 그를 따르고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납득할 공간적 오차가 너무 커서 얼마간의 혼 란이 뒤따를지 모르지만 참 사기꾼다운 열정으로 가득찬 이시대의 진정한 붓쟁이 김대원 은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인답게 우리네들 가슴속으로, 세계속으로 치달아 가리라 믿는다. 1997. 4 한 상 린